반응형 분류 전체보기57 장욱진 화가 (단순성, 조형 언어, 자유 정신) 미술관에서 아이가 그린 것 같은 그림 앞에서 발걸음이 멈춰본 적 있으십니까? 저도 처음엔 그냥 지나치려 했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보고 있자니 뭔가 이상했습니다. 단순한데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그 그림이 장욱진의 작품이었습니다. 이 글은 그 묘한 끌림의 정체를 파고들다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한 것입니다.단순함 뒤에 숨은 치밀한 조형 언어장욱진의 그림을 처음 보는 분들은 대부분 "이게 왜 유명한 거죠?"라고 묻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새, 나무, 아이, 초가. 누가 봐도 단순한 소재들이 작은 화면에 납작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순함은 결코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그의 대표적인 조형 기법은 압축과 생략입니다. 여기서 압축과 생략이란, 보이는 현실을 그대로 옮기는 대신 사물의 핵심 형태만 남.. 2026. 6. 1. 한국미술 화가 박수근 (마티에르 기법, 서민화가, 마가렛 밀러) 박수근의 그림 한 점이 한국 근현대 미술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초등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인 독학 화가의 작품이 그 자리에 올랐습니다. 저는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단순한 성공 스토리라고 넘겼다가, 그의 그림 앞에 실제로 서본 뒤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마티에르 기법 — 화강암 같은 표면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박수근의 그림을 처음 본 사람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색도, 형태도 아니라 '표면'입니다. 손으로 만지면 거칠 것 같은, 바위를 쪼아낸 듯한 그 질감. 이것이 바로 마티에르(matière)입니다. 마티에르란 회화에서 물감이 캔버스 위에 쌓인 물질적 질감과 두께감을 의미하는 용어로, 그림의 표면 자체가 하나의 조형 요소가 되는 개념입니다.박수근은 이 마티에르를 만들기.. 2026. 5. 29. 한국미술 윤형근 작가 (천지문, 단색화, 경매가) 현대미술관에서 검은 기둥 같은 그림 앞에 멍하니 서 있었던 적이 있습니다.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무게감이 느껴졌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윤형근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으면서 모든 것이 있는 그림,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세 번의 옥살이가 만들어낸 붓질윤형근이 처음부터 이런 그림을 그린 건 아닙니다. 1928년 충청북도 청주 출신인 그는 일제강점기를 지나 한국전쟁을 몸으로 겪었고, 이후 세 차례 복역과 한 번의 죽음의 고비를 넘겼습니다. 1950년 한국전쟁 직후에는 보도연맹에 끌려가 학살 직전까지 갔고, 1956년에는 부역 혐의로 서대문형무소에서 6개월을 보냈습니다. 1973년에는 숙명여고 미술 교사로 재직하던 중 중앙정보부장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부정 입학 비리를 고발했다가 반공법 위반으로 다.. 2026. 5. 28. 이우환 작품 세계 (모노하, 관계항, 조응)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이우환 화백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캔버스에 점 하나, 혹은 철판 옆에 돌 하나. 처음엔 "이게 왜 수억 원이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작품 하나하나의 맥락을 따라가다 보니, 제가 그동안 너무 표면만 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일본 미술계를 뒤흔든 한국인, 모노하의 탄생이우환 화백은 1936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대를 중퇴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대학 철학과에서 공부했습니다. 당시는 일제강점기가 끝난 직후였지만 일본 사회 내에 차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이우환 화백은 60년대 말, 모노하(もの派)라는 예술 운동의 선두에 서게 됩니다.모노하란 일본어로 '사물파(物派)'를 뜻하는 개념입니다. 여기서 '모노(もの)'란 .. 2026. 5. 27. 한국미술 김환기 작품세계 (추상미술, 점화, 뉴욕시기) 추상미술은 어렵다는 말, 저도 한때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홍콩 경매에서 단 한 점이 780만 달러에 낙찰된 화가가 있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한국 작가가. 수화 김환기를 처음 제대로 들여다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난해하다고 느꼈던 점들의 화면이, 알고 보니 가장 인간적인 언어였습니다.추상미술의 역설 — 가장 어려운 형식이 가장 널리 공감받다추상미술(Abstract Art)이란 현실의 구체적인 형상을 지우고 색, 형태, 선만으로 감정과 사유를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추상미술이란 "무엇인가를 닮아야 한다"는 전통적 회화의 문법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조형 언어입니다. 그래서 흔히 대중과 거리가 멀다고 여겨집니다.그런데 대구에서 열린 김환기 회고전 결과를 보면 이 통념이 완전히 깨.. 2026. 5. 26. 한국미술사 작가 고희동 (을사늑약, 서양화, 동양화) 미술사를 공부하다 보면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인물을 자주 만납니다. 그런데 막상 그 사람의 이야기를 파고들수록, 단순한 '최초' 타이틀보다 훨씬 복잡하고 인간적인 서사가 숨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고희동을 그냥 교과서 속 이름으로만 알았는데, 그의 생애를 들여다보니 예상보다 훨씬 입체적인 사람이었습니다.을사늑약이 바꾼 한 화가의 진로1905년,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한 을사늑약(乙巳勒約)이 체결됩니다. 여기서 을사늑약이란 일제가 대한제국을 강제로 보호국화하기 위해 맺은 조약으로, 오늘날에도 그 강제성이 인정되어 '늑약', 즉 억지로 맺은 조약이라 부릅니다.당시 고희동은 대한제국의 통역관이었습니다. 프랑스어를 정식으로 배운 몇 안 되는 엘리트였고, 황실 주변을 오가며 서양 화가들이 초상화를 그.. 2026. 5. 25. 이전 1 2 3 4 ··· 10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