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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유약 (유약 성분, 소성 온도, 나뭇재 유약)

by siwoo-mom 2026. 4. 23.

유약을 바르지 않은 도자기로 물을 마실 수 있을까요? 처음 도자기를 배울 때 저도 이 질문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직접 구워보고 나서야 유약이 없으면 그릇이 아니라 그냥 흙덩이에 가깝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유약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도자기를 실제 식기로 쓸 수 있게 해주는 핵심 기술입니다. 그 성분과 소성 온도, 나뭇재 유약의 특성까지 직접 써보며 확인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도자기 유약

유약 성분, 생각보다 훨씬 과학적입니다

유약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해서 직접 찾아보기 전까지는, 그냥 색 입히는 물질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생각보다 훨씬 정교한 화학 반응의 산물이었습니다.

유약의 핵심 성분은 실리카(SiO₂)입니다. 실리카란 모래의 주성분인 이산화규소로, 고온에서 녹아 유리질 막을 형성하는 물질입니다. 이 실리카 단독으로는 녹는 온도가 섭씨 1700도에 달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마 온도에서는 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융제(flux)를 함께 사용합니다. 융제란 녹는 온도를 낮춰주는 역할을 하는 물질로, 칼슘·칼륨·나트륨 같은 알칼리 성분이 대표적입니다. 이 융제 덕분에 실리카가 1000도 안팎에서도 녹아 도자기 표면에 얇고 매끄러운 유리막을 형성할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직접 유약을 조합해보면서 느낀 건, 성분 비율이 조금만 달라져도 발색과 질감이 전혀 다르게 나온다는 점이었습니다. 구리 산화물을 넣으면 청록색, 철 산화물을 넣으면 갈색이나 녹색 계열이 나오는데, 비율 하나 잘못 맞추면 가마에서 나왔을 때 전혀 예상 못 한 색이 나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유약 조합은 레시피대로만 하면 된다고들 하지만, 저는 가마 분위기나 도자기 흙의 성분까지 변수로 작용한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유약 도포 시 주요 성분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실리카(SiO₂): 유리질 막 형성의 핵심 기반 물질
  • 융제(flux): 칼슘·칼륨 등 녹는 온도를 낮추는 알칼리 성분
  • 금속 산화물: 구리, 철, 코발트 등 색상 발현을 결정하는 착색제
  • 안정제(alumina): 유약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점도를 조절하는 물질

소성 온도에 따라 도자기의 표정이 달라집니다

소성 온도(firing temperature)란 도자기를 가마에서 굽는 온도를 말합니다. 이 온도가 유약의 색과 질감을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같은 유약을 발랐어도 저온에서 구우면 부드럽고 은은한 색이 나오고, 고온에서 구우면 색이 더 진하고 강렬해집니다.

일반적으로 13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굽습니다. 이 정도 온도에서 유리화(vitrification)가 일어나는데, 유리화란 도자기 소지(몸통을 이루는 흙 성분)와 유약이 함께 녹아 하나처럼 결합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과정을 거쳐야 진짜 단단하고 방수성 있는 도자기가 완성됩니다.

제가 처음 청자를 구웠을 때, 온도 설정을 조금 낮게 맞췄더니 유약이 제대로 녹지 않아 표면이 거칠고 뿌옇게 나왔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온도 차이가 불과 50도였는데 결과물이 그렇게 달라질 줄은 몰랐습니다. 소성 온도가 단순한 설정값이 아니라 도자기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는 걸 그때 실감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도자기 관련 자료에 따르면, 고려청자의 소성 온도는 약 1250~1280도로, 이 범위에서 청자 특유의 비색(翡色)이 가장 아름답게 발현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출처: 국립중앙박물관).

나뭇재 유약이 청자와 분청사기를 다르게 만든 이유

나뭇재 유약, 즉 재유(灰釉)는 말 그대로 나무를 태운 재를 물에 녹여 만든 유약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부터 사용되었고, 청자와 분청사기에 두루 쓰였습니다. 저는 이 유약이 단순히 전통적인 방식이라서 쓰이는 줄 알았는데, 직접 써보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나뭇재 유약의 특성은 사용하는 나무 종류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소나무 재를 쓰면 깊고 짙은 초록빛이 나오고, 참나무 재를 쓰면 따뜻한 회갈색이 돌아옵니다. 이건 나뭇재 속에 칼륨과 칼슘 같은 알칼리 성분이 자연적으로 함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성분들이 고온에서 실리카와 결합해 유리질 층을 만들어내는 원리입니다.

일반적으로 나뭇재 유약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들 하는데, 저는 이게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큰 매력이라고 봅니다. 가마에서 나올 때마다 유약이 흘러내린 자국이나 물결 무늬가 조금씩 달라져서, 같은 유약을 써도 세상에 똑같은 작품이 나오지 않습니다. 청자와 분청사기가 각각 개성이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청자는 철분이 함유된 유약을 환원소성(reduction firing) 방식으로 굽습니다. 환원소성이란 가마 내부의 산소를 줄이고 불완전 연소 상태를 유지하며 굽는 방식으로, 이때 철 성분이 특유의 청록색으로 발색됩니다. 분청사기는 백토로 표면을 씌운 위에 투명 유약을 바르는 방식이라 회백색이나 따뜻한 흰색이 나오고, 유약이 흘러내린 자국도 그대로 남아 자연스러운 멋이 강합니다. 두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보면 청자는 다듬어진 우아함이 있고, 분청사기는 있는 그대로의 투박한 매력이 있습니다. 취향 차이가 분명히 갈리는 지점입니다.

백자 유약이 나뭇재보다 석회를 택한 이유

저는 청자, 분청사기, 백자를 모두 만들어봤는데,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백자가 제일 좋습니다. 깨끗하고 여백이 있어서,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런데 백자 유약이 나뭇재가 아니라 석회와 장석 기반이라는 걸 처음 알았을 때는 솔직히 의외였습니다.

장석유약(feldspar glaze)이란 장석 광물을 주원료로 한 유약으로, 고온에서 구웠을 때 순백의 균일한 표면을 만드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나뭇재 유약은 재료마다 성분이 달라 색과 질감이 불규칙하게 나오는 반면, 장석유약은 성분이 일정해서 맑고 깨끗한 흰색을 안정적으로 재현할 수 있습니다. 백자가 추구하는 순수하고 단정한 미감을 구현하려면 나뭇재보다 장석이 훨씬 적합한 선택이었습니다.

다만 조선 후기에는 소나무 재를 일부 섞어 은은한 청록빛을 내거나 자연스러운 질감을 더하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완전한 순백을 고집하기보다 조금 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원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도자재단의 전통 도자 연구 자료에 따르면, 조선 백자는 시기별로 유약 성분과 소성 방식이 다양하게 변화했으며, 이는 당시 미적 취향과 재료 수급 상황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합니다(출처: 한국도자재단).

도자기를 만들다 보면 유약 하나가 얼마나 많은 것을 결정하는지 점점 더 실감하게 됩니다. 성분, 소성 온도, 나무의 종류, 도포 방식까지 어느 하나 대충 넘길 수가 없습니다. 도자기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이라면, 유약을 그냥 '색 입히는 단계'로 가볍게 보지 마시고 소성 온도와 성분부터 꼼꼼히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가마 문을 열었을 때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게 도자기의 매력이기도 하고, 그만큼 변수를 줄이는 게 완성도를 높이는 지름길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SsLAIxcXy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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